세상이 어지럽고 혼란할수록 사람들의 심리도 과거와 달리 복잡해지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부적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후에 심리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먼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기준을 알아본다.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직장이나 대인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아지면서, 이 세상에 아무런 문제 없이 적응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또한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의 비율이 1/4을 넘어가면서 사람들 간의 온정을 느낄 기회도 줄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다양한 심리적 문제와 부적응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적응이 일시적이면 괜찮지만 지속된다면, 학업 또는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손상해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상심리나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 즉,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우울과 불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나아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 증가하게 된다.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1년 동안 심리 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11.0%로 약 470만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주요 17개 장애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한국에서 심리적 문제나 이상심리를 경험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현상이 아니며, 그 책임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돌리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이 장에서는 먼저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기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 이상심리를 분류하는 체계 등 이상심리에 대한 전반적인 개관을 한 후에, 다양한 유형의 이상심리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상심리에 대한 정의는 수없이 많이 있어 왔고 연구자마다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데 사고 같은 심리영역이 비정상적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심리는 이상행동 또는 심리장애 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식적인 분류 체계에 들어있는 용어는 심리 장애이지만 세 가지 용어가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은 아니므로, 여기서는 이상심리와 나머지 두 개의 용어를 함께 사용할 것이다. 이 절에서는 이상심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이상심리를 판단하는 기준, 이상심리가 발생하는 이유, 분류하는 체계에 대해 알아보겠다.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기준
사람들은 자신이나 타인이 정상인지 이상인지 판단할 때 각자 가지고 있는 근거나 기준이 있다. 이상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기준들 가운데 합리적이고 타당하면서 공통적인 기준에 대해 많이 고민해 왔다. 이상심리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연구자에 따라 다양해서 그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단일한 기준은 아직 없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아직 완벽하게 일치된 것은 아니지만 정상과 이상을 나눌 때 일반적으로 많이 적용하는 몇 가지 기준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통계적 기준은 개인의 심리 혹은 행동이 타인보다 평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느냐에 따라 정상과 이상을 구별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는 행동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다거나 많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 특정 개인에게는 나타나지 않을 때, 그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과도하게 벗어나 있으면 이상행동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에서 -2 표준편차 이상 벗어난 경우를 이상이라고 하며, 상위 및 하위 2.5% 이내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능지수(IQ)가 70점 미만인 경우를 지적장애로 판단한다. 현재 대부분의 임상 장면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능 검사는 평균 100점과 표준편차 15점인데, 통계적 기준으로 볼 때 -2 표준편차에 해당하는 점수가 70점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아래에 소개할 다른 기준들에 비해 명확한 객관적 지표에 근거해서 적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하위 2.5%라는 범위도 사람들이 합의한 또 다른 사회적 규칙이므로, 그 범위를 어떠한 수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정상과 이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지능을 포함하여 운동이나 예술과 관련해서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준만을 적용하면 잘못된 판단에 이를 수 있다. 둘째, 주관적 기준은 정상과 이상의 여부를 자신이 경험하는 주관적 고통이 있느냐에 따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주관적으로 우울한 기분, 식욕 저하, 불면 등 심리적 또는 신체적 증상이나 고통을 느끼면, 그것을 이상으로 간주한다. 즉, 통계적 기준에 따라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가 크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불편감을 경험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기분이 들뜨고 자신감이 과도하게 팽창하는 조증 상태는 주관적 고통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이 아니라 정상으로 판단하게 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인생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부정적 사건으로 고통을 경험할 때, 이러한 정서적 반응이 없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으므로 그 원인이 없어진 이후에 고통이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지 않는 한 이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셋째, 사회 문화적 기준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하는 경험이 아니라 타인이 그 개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중점을 두는 기준이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나 문화 안에서 지켜야 할 관습이나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때, 그 개인을 이상으로 본다. 통계적 기준처럼 정상과 이상의 경계가 객관적 지표로 수량화되어 있지 않지만, 사회구성원들이 그 기준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에 쉽게 동의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이 유대인을 열등한 민족이라고 간주하여 자행한 학살을 정당화한 것처럼 사회적 강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다른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규범을 불합리하게 만들었다면 이 기준에 근거하여 정상 여부를 판단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 기준은 시대가 변화하거나 해당 문화권에서 벗어나면 동일한 행동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강해서 몸에 문신하는 것을 이상이라고 간주했지만, 최근에 젊은 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이를 개성이나 생활양식의 차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넷째, 전문적 기준은 정신 건강 전문가인 임상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가 면담, 관찰 및 여러 검사를 통해 정상과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판단을 위해 진단 기준과 같은 합의된 지침서를 작성하여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합의했다고 해도 통계적 기준과 같이 수량화된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진단 기준을 사용하더라도 전문가들 간에 해석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어서 동일한 사람을 다르게 판단하는 평가자 간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적응 기준은 개인의 행동이 학업적 직업적,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기능하는 것을 방해하는지에 따라 정상과 이상을 구분한다. 정서적으로 우울하거나 불안한 양상이 나타나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으면, 그것을 이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학업적 기능은 학습이 어렵거나 학업성취의 문제가 있는 것과 관련되며, 직업적 기능은 지각이나 결근과 같은 근무 태도나 업무 수행의 저하 등을 포함한다. 사회적 기능은 가족,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나 선후배 등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관련된다. 그러나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를 모두 비정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가령 자신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음악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에 몰두하느라 학교에 가지 않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여 학점이 좋지 않은 학생을 이상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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