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 또는 심리 장애가 왜 발생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상심리의 원인에 대한 관점들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신역동, 행동주의, 인지주의적 접근이 있다. 이외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다룬 사회 관점, 신체적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생물학적 관점 그리고 다양한 접근 방법이 포함된 취약성-스트레스 관점이 있다. 여기서는 먼저 생물학적 관점에 대해 알아본 후 여러 심리학적 관점을 비롯하여 사회 관점과 취약성 스트레스 관점을 순서대로 살펴보겠다. 첫째, 생물학적 관점은 이후에 언급할 심리학적 관점과 다르게 신체적 문제가 이상심리의 원인이라고 가정한다. 이 관점은 질병 또는 의학적 관점으로도 불리는데, 이상심리를 신체적 질병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유전, 뇌 구조와 기능, 신경전달물질이나 내분비계와 관련된 생화학적 문제로 여긴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고, 조현병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나 뇌실의 확장과 같은 뇌 구조의 문제가 그 원인이라고 가정한다. 이 관점은 심리 장애를 유발하는 심리적 요인 이외에 신체적 요인을 깊이 이해했으며 약물치료로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둘째, 정신 역동적 관점은 이상심리를 무의식적인 내적 갈등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본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의식 구성된 인간의 정신 구조에서 의식이 행동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성격 구조는 원초아 이루어지며 세 가지가 상호작용한 결과가 바로 행동이라고 본다. 원초아는 무의식적 욕구로 채워져 있고 쾌락의 원리에 따라 즉각적으로 충동을 해소하여 만족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초자아는 욕구나 충동을 억제하고 만족을 바로 얻으려 하지 않고 지연하는 등 도덕적 원리를 따른다. 자아는 원초아와 초자아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중재하며 일상적 기능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실적 원리로 작동한다. 세 가지 구조 가운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은 바로 자아의 기능이다. 자아가 약해지고 현실에 기초해서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하면, 원초아나 초자아의 힘이 너무 강해져 과도하게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거나 충동을 심하게 억제하려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결국 정상에서 벗어난 이상행동을 야기하여 심리 장애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셋째, 인본주의적 관점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건설적이고 협력적 성향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사람들은 선하게 살아가고자 하고 성장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자기실현 경향성이 있는데, 자신의 장점 이외에 단점도 수요아고 삶의 가치를 만족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면 자기실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인본주의적 관점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영향력 있는 인간 중심 모형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람에게 긍정적 존중을 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충족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존중받으려는 욕구와 자기실현의 욕구가 충돌할 때, 긍정적 존중을 받기 위해 자신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면 우울함이나 불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바가 무엇이고, 진실로 무엇을 원하며 삶에서 의미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그래서 자신이나 자기 경험에 대한 왜곡이 점점 커져 심리적 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존중을 받는 착한 자녀가 되기 위해 부모님이 원하는 선생님이 되려고 사범대에 진학한 한 대학생은 학창 시절 동안 자신이 음악에 대해 느끼는 내적 경험을 무시해 왔다. 선생님이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현재 직업이 더 적성에 맞는다고 왜곡하면서 내적 경험을 회피해 왔다. 이처럼 현재의 삶과 자신의 내적 경험의 불일치가 커서 왜곡과 부정이 많아질수록 심리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넷째, 행동주의적 관점은 이상행동이 정상적 행동과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만들어지고, 외부 자극이나 환경과 부적절하게 연합되어 나타나는 문제라고 가정한다. 학습 원리는 고전적 조건형성을 포함하여 조작적 조건형성이나 사회학습 등 다양한데, 이러한 원리는 행동 이외에도 부정적 정서의 발행과 지속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 고전적 조건형성은 무조건 반응을 일으키는 무조건 자극과 조건자극을 반복적으로 연합시킨 이후, 무조건 자극 없이 조건자극만 주어져도 조건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한다. 조작적 조건형성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이 그 이후에 주어지는 보상과 짝지어지면 그 행동이 강화되어 증가하며 반대로 보상이 아닌 처벌과 연합되면 행동이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사회학습은 위의 두 가지 원리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간접적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원리를 제시하는데, 직접적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관찰이나 모방을 통해서 새로운 행동을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형이나 언니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님께 칭찬받는 것을 보면, 자신도 칭찬받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따라서 하게 된다. 다섯째, 인지주의적 관점은 행동주의적 관점과 달리 외부 자극이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자극에 대한 부정적 해석이 주된 역할을 한다고 가정한다. 즉, 인간은 외부 환경보다는 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이상심리가 나타난다고 제안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선행사건-신념(인지)-결과(정서,행동)'의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업무 실수에 대한 지적을 받은 직원이 이후에 불안과 대인관계의 회피가 나타나는 것은 지적받은 사건 때문이 아니라 "타인에게 언제나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비합리적 신념 때문의 정서나 행동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우울증은 자신과 세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므로 이러한 부정적 생각이 변하면 우울함이나 관련 행동이 개선된다고 설명한다. 여섯째, 사회 문화적 관점은 이상행동이 심리적 또는 신체적 문제 이외에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개인의 행동은 진공 상태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가치 문화적 요인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특히 문화는 심리적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가족이나 양육 형태, 전통적 사상 체계 구조와 같은 기본적 요인이 사람들의 가치관 태도 등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환경과 심리적 문제 간의 관련성이 보고되면서, 사회적 연결망, 직업, 종교 가정 및 주거 환경, 사회경제적 수준과 이상행동의 관계가 광범위하게 연구되었다. 예를 들어,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친구가 많은 대학생은 실연이라는 스트레스를 경험하더라도 잘 견뎌내지만, 그런 친구가 없는 경우에는 동일한 스트레스에도 우울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마지막으로, 취약성 스트레스 관점은 이상심리의 원인을 하나의 관점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합하여 설명한다. 이 관점은 생물학이나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적 취약성과 외부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호 작용하여 심리 장애가 발생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더라도 조증에 대한 가족력 또는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성격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양극성 장애로 발전한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관점을 통해 여러 심리 장애의 취약성 및 스트레스 요인이 연구되어 왔으며, 두 요인의 상호작용이 심리 장애의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이상심리의 원인에 대한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위에서 다룬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관점을 통합한 생물 심리·사회적 관점도 자주 적용되고 있는데, 이 관점은 우울증과 같은 동일한 심리적 문제일지라도 서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심리학
이상심리의 원인
반응형
반응형